헌혈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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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을 하기 위해 몇 일을 기다렸다. 시간이 나면 헌혈차가 학교에 오지 않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가면 헌혈차가 스케쥴이 있다면서 가버리고, 시간도 있고 헌혈차도 있으면 약속때문에 그냥 지나쳐야 했었다. 그렇게 몇 일 동안 스케쥴이 맞지 않아서 헌혈을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헌혈을 하고 왔다.

헌혈하기 전에 쓰는 서류(동의서였던가?)에 헌혈횟수를 적는 칸이 있기에 대~충 7번이라고 적었는데, 나중에 문진을 하는 간호사가 "7번이 아니라 9번이시네요"라고 해서 이번이 10번째라는 걸 알았다. 2004년 제대하고 나서 두번째니까 군대가기 전까지 나는 8번의 헌혈을 했었나보다.

채혈을 하기 위해 침대(쇼파라고 해야하나?)에 누웠는데, '아 벌써 난 열번의 헌혈을 한 셈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헌혈에 대한 추억들이 하나둘씩 떠 올랐다. 그래서 한번 정리해보려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첫경험
고1때 선배들을 따라 경북적십자사(이름은 이렇지만 대구에 있다.)에 가는 길에 적십자병원에서 처음했었다. 그냥 선배들을 따라 간 것이여서 들어가면서부터 좀 어리둥절했다. 쌩쌩한 팔에 바늘이 꽂히는 것이 좀 무섭긴 했지만, 당시에 내가 좋아했던 여자선배랑 나란히 누워서 잡담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선배가 한다기에 나도 따라한 게 아닐까 싶다. 나중에 선물로 우산을 받았었는데, 한동안 정말 요긴하게 썼던 기억이 있다.

학생 얼굴이...;;;
구미는 헌혈의 집이 없었다.(현재는 구미역 앞, 어느건물의 2층에 있다.) 헌혈차량만 약간 외지(순천향병원 맞은 편)에 있는데(주차된 상태에서 운영했다.) 그래서 일부러 가지 않는 한 헌혈차량을 보기는 힘들었다. 한번은 그 근처에서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서 뛰어가다가 헌혈차량을 발견했다. '이 쪽으로 올 일도 거의 없고, 약속에 늦은거 친구보고 오라고 하고 그냥 헌혈이나 하자'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서 헌혈차량으로 들어갔다. 몇번 헌혈캠페인을 하면서 간호사 아줌마랑 친분도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헌혈을 했다. 헌혈을 다 했을 즈음 친구가 왔고, 헌혈을 마치고 바로 일어났다.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떼는데 눈앞이 조금씩 캄캄해지더니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채혈한 것을 정리하던 간호사 아줌마가 당황한 기색으로 나에게 물었다. "학생, 괜찮아?", "네.. 괜찮아요", "혹시 아까 뛰어왔어?", "네.. 올 때 좀 뛰었는데....", "어쩐지 채혈시간이 짧다 했어." 그래, 그랬던 것이다. 헌혈차량에 난 "뛰어"왔기때문에 심장도 빨리 뛰었고, 그래서 평소보다 피를 빨리 뺄 수 있었던 것이다. 몸은 산소를 원하고, 산소를 운반해야 할 피의 양은 줄어들어서 나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지.. 그 이후로는 헌혈하기 전에 절대 뛰지 않는다.

누나 & 벌집
토요일 오후, 경북농아인협회(구미에 있다.)에서 수화를 배우고 시간이 나서 헌혈하러 갔다. 헌혈차량에 들어가니 매일 있었던 간호사 아줌마(위의 내용에 나오는 그 아줌마)가 없고 젋은 간호사 누나가 있었다.(!!!) 사춘기 고등학생인데 뭐 뻔하지 않는가? 두근두근,, 콩닥콩닥.. 헌혈을 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침대에 누웠다. '채혈을 하는 동안 저 누나랑 무슨 이야기를 할까?'를 생각하고 있는데, 팔의 느낌이 좀 이상했다. 한번 따끔하고 '아 뭔가가 내 몸 속으로 들어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이거 따~~~~끄~~~음 하는 게 이상해서 고개를 돌렸다. 내 눈앞에는 영 엉뚱한 곳을 찔러놓고 '어, 왜 피가 안 나오지?'라며 의아해하는 초짜 간호사가 서 있었다. 그리고는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다시 찌르기를 세네번...;; 이제는 뭐 누나고 나발이고간에 '재수없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나중에 결국 다른 팔로 헌혈을 했다. 그리고 나는 양팔을 고이접고 헌혈차량을 나왔다.
나중에 간호사 아줌마가 "수습이라 같이 있어줘야 하는데, 내가 급한 일이 좀 있었어."라며 상황설명가 함께 사과를 했지만, 나는 그 추억의 "흔적"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냥 헌혈(전혈, 빨간 피)은 국내수급이 다 되지만, 성분헌혈(혈장, 혈소판)은 국내수요를 충당하지 못해서 외화를 주고 수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왠만하면 성분헌혈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적십자가 혈액사업으로 부당한 이득을 챙긴다고 하는데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뭐 물론 적십자사가 투명하게 운영되면 좋겠지만, 적십자사의 불투명한 운영이 기분 나빠서 헌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혈액이 급하게 필요한 환자를 그냥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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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4 18:14 2007/04/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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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리콩 2007/04/24 23:03

    움훼훼훼훼~ 전 14번이나 했지용 ㅋㅋㅋㅋㅋ

    • 라온수카이 2007/04/26 20:26

      그래? 정말 의외인 걸?ㅎ 근데 단지 영화가 보고 싶어서 한 건 아니지?

  2. H.K.KIM 2007/04/25 11:11

    헌혈....바늘이 무섭;;;.ㅠ_ㅜ;;


    바늘이 무섭지만 않아도 좀 더 많이 했을텐데;;

    부끄러운 말이지만 바늘이 두려워 헌혈을 몇번 못했습니다;;

    • 라온수카이 2007/04/26 20:27

      그냥 잠깐만 눈 지긋이 감고 참으면 되는데..^^ 다음에는 더 자주 용기를 내보세요~

  3. 아드리안 2007/04/26 07:23

    헌혈은 1년에 한두번 정도....

    저도 바늘이 무서워서 자주 못하고 있습니다.ㅠㅠ

    예전부터 병원만 가면은 바늘이 무서워서.....

    • 라온수카이 2007/04/26 20:27

      자세히 안 보면 안 무서워요.. ^-^

  4. chanyy 2007/04/30 11:08

    흠... 바늘이 들어가는 걸 보면서 흐뭇해하는 전... 읏흠

    • 라온수카이 2007/04/30 23:51

      그.. 통에다가 칼을 폭~폭~ 쑤시면 튀어나오는 해적인형이 생각나네요.ㅎ

  5. 오수 2007/05/02 21:22

    저는 헌혈전에 일부러 빨리 걷습니다; 느긋하게 갔다가 혈압 낮다고 돌려보낼까봐 일부러 안되는 긴장 하고 평소보다 빨리 걸어서 도착하면 헌혈하기에 좋은 혈압수치가 나오더라구요^^;

  6. 오수 2007/05/02 21:24

    아 그리고 요즘 전혈도 모자란대요ㅜ_ㅜ 성분헌혈 하러갔더니 전혈해달라고 부탁을(...)하셔서 전혈하고왔었어요. 두달전에. 전혈은 다음때까지 기간이 2달이나 되는데ㅡㅜ

    • 라온수카이 2007/05/03 14:46

      지난번에 붉어졌던 적십자사의 불투명한 운영때문에 헌혈자가 줄어들었나보군요. 딱 2달 되는 날 다시 헌혈하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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