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있었던 일(부제.가정폭력의 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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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음.7월 27일)은 어머니의 생신이고 다음주 월요일(음.7월29일)은 아버지의 생신이다. 그래서 오늘 구미에 있는 집으로 왔다. 아래는 구미 시내에서 집(해평)으로 오는 80번 버스 속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미시외버스터미널에서 80번 버스를 탔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여서 그런지 버스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내리는 문 가까이에는 비교적 서 있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 쪽에 서서 가게 되었다. 전주에서 구미까지 버스를 타고 오느라 허리가 좀 뻐근한 상태였지만, 오랜만의 구미구경이라 생각하고 창밖의 풍경들에 관심을 두었다.

버스는 크게 두 번의 코너를 돌고 롯데마트 앞 정류장에 섰다. 어느 어머니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여자 꼬마아이랑 버스를 탔다. 전공(유아특수교육)때문인지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관심이 가는 나이기에 씩씩하게 버스에 오르는 꼬마아이가 대견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교통카드를 찍는 순간 버스가 출발하게 됐고(이런 XXX같은 기사녀석~!), 꼬마아이는 크게 휘청하며 내가 서 있는 쪽으로 밀려(?) 왔다. 나는 왼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떨어뜨리며 애를 잡았다. "어휴,, 다행이다"는 혼잣말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내게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시고는 아이와 함께 내 옆에 섰다.

우리(나, 여자 꼬마아이, 아이의 어머니) 앞에 앉아 있던 20대로 보이는 여성분은 여자 꼬마아이가 서 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곧 자리를 비켜주며 일어섰고, 아이의 어머니는 그 여성분에게 역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아이를 앉혔다. 아이는 자리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더니 배꼽손을 하고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더니 다시 앉았다.
 
나는 조금 질투가 났지만(왜? 왜? 왜? 나한테는 인사를 안 한 거냣~!), 고마워할 줄 아는 아이와 고마움에 대한 표현을 잘 하고 아이에게도 가르쳤을 아이의 어머니를 보며 흐뭇해 했다. 자리를 양보한 여성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는 걸 봐서 여성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같았다. 진짜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우리(나, 여자 꼬마아이, 아이의 어머니, 20대 여성분)의 사이엔 휴머니즘이 가득했다.

여자 꼬마아이는 아이답게 호기심이 많았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둘러보던 아이는 버스의 여기저기에 시선을 두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 두번 본 것도 아닐 듯한데 아이는 재밌다는 듯 어머니에게 이 것 저 것을 물어봤다. 그러다가...

아이 : 엄마, 저 건 뭐야?
(아이가 지적한 것은 내리는 문 옆에 붙은 "버스기사를 구타할 경우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씌여져 있는 스티커였다.)

어머니 : 음... 버스기사 아저씨를 때리면 큰 일 나니까 때리지 말라는 거야

아이 : 때리면 어떻게 돼?

어머니 : 경찰 아저씨가 잡아가지. 아까 본 경찰 아저씨 생각나지? 그런 아저씨들이 잡아가는거야.

아이 : 아,, 그렇구나. 엄마, 저거 집에 가져가면 안 돼?

어머니 : 당연히 안되지. 저 건 우리 것이 아니잖아...

아이 : 치.. 가져가고 싶은데...

어머니 : 엄마가 집에 가서 그려줄께. 그런데 왜 가져가고 싶어?

아이 : 저거 집에 붙여두면 아빠가 엄마 때릴 때 경찰이 아빠 잡아갈꺼니까 아빠가 엄마 안 때릴 것같아서.


이런... 이런... 이런....;;;;;

꼬마 여자아이의 작은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무서운 단어들이 아니였는데도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아이의 아버지라는 인간은 아이의 어머니를 폭력한 것이 분명했고, 아이의 마음마저도 폭력에 물을 들여버린 것이었다. 나란히 서 있던 여성분과 나는 할 말을 잃었고,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입을 막았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 않는가? 제발 아이의 눈 앞에서는 싸우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싸우게 될 일이 있으면 제발 아이의 눈을 피해서 싸우길 바란다. 당사자들에게는 순간적인 감정의 충돌일 뿐이지만, 그걸 지켜보는 아이는 마음을 다치고, 사고의 틀이 틀어지고, 미래가 흐려지는 일이 된다는 걸 제발 알아주길 바란다.


미소가 맑았던 꼬마아이야. 널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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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7 23:42 2007/09/0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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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싸인펜 2007/09/08 13:14

    괜히 가슴이 아픈 이야기이네요.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에 써 주신 글, 완전 공감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 라온수카이 2007/09/10 22:40

      요즘 글에 뭔가 부족한 것을 느끼긴 하는데 막상 고치려고 들면 또 잘 안고쳐지는 요상한 슬럼프에 빠져 있답니다. 이 글도 이상해요. ㅠ.ㅠ

  2. 미르아시 2007/09/10 20:48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순수해서 조심! 또 조심해야된다는걸 다시금 느끼게 하네요.

    • 라온수카이 2007/09/10 22:40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고 하죠..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3. DynO 2007/09/12 22:15

    처음엔 피식했다가 생각해보니.. 너무 무섭내요.

    • 라온수카이 2007/09/12 22:40

      눈 앞에서 그런 관경이 벌어지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4. Leo... 2007/09/13 21:39

    정신과에 있다보니, 오는 환자들 대부분의 가정폭력(큰 의미에서)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거더군.... 그래서 요즘 그들을 이해하고자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수강중이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가정이 모든것의 시작이라는것을 요즘들어 부쩍 느끼고 있다네...

    아참!! psy2.net도메인 샀다네 ㅋㅋ 일단은 google app로 연결을 해뒀네만...ㅋ

    • 라온수카이 2007/09/14 01:08

      음... 그 도메인 왠지 싸이가 2집 앨범을 낸 듯한 느낌을 주는 걸? ㅎ

  5. NRU(임건순) 2007/09/16 21:46

    음, 그 아이가 멋지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네. 충격 많이 받았겠다. 초등학교에 있다보니 이혼한 가정, 아빠가 엄마 때려서 도망다니는 가정 등등등 다양한 사건들을 알게 모르게 듣는다. 힘든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교사'로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노력하고 있지...

    나두 블로그 시작했다. 읽는 건 잘 되는데 쓰는 건 영 아니다. ㅋㅋㅋ 요즘은 리눅스(에듀분투 등)진영에서 아이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한국에서도 그런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해서 내가 한 번 해보련다. 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공부 열심히 하고 블로그도 열심히 ㅋㅋㅋ

    • 라온수카이 2007/09/16 21:19

      건순형~!
      누군지 좀 밝히고 글쓰세욧~!
      후이즈로 도메인정보 검색해서 알았잖아요~ㅎ

  6. 마래바 2007/09/19 19:21

    저도 결혼하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서도 간혹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있습니다.
    물론 큰 소리도 나지요.. 절제를 못하는 저 자신을 항상 뒤늦게 후회하곤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말로 다투고 나서도 아이들한테 미안한데, 손찌검까지라니..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손찌검은 버릇이 맞습니다. 그 나쁜 버릇이 드는데 아무도 제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예전처럼 집안에 더 큰 어른이 계셔 눈치를 보는 상황도 아닐테니 말입니다.
    그 아이의 순수하지만 안타까운 환경에 화가 나네요..

    • 라온수카이 2007/09/20 20:30

      나전달법(I Message)만 일상생활에 잘 활용해도 많은 싸움꺼리가 줄어들죠. 모르시면 이 글(http://blog.naver.com/sk9441/110018690521) 한번 참고해보셔도 좋으실 듯 합니다. 저는 작년에 사귀던 여친과의 문제를 대부분 나전달법의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했는데 그 쪽이 "닥치고 말싸움" 스타일이여서 결국 좌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로가 노력을 해야 현명하게 싸우실 수 있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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