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질책을 기다립니다.일단, 배경설명.
제(27세)가 사는 고시원에는 같은 학번(00학번)인 동기와 그 동기의 남자친구(04학번, 32세)가 있습니다. 동기와는 그 동안 한달에 한두번 정도 연락만 하고 거의 못 만나다가 동기가 임용고시를 다시 준비하면서 학교 고시원(여러 조건이 좋습니다.)에 들어오면서 다시 친해졌습니다. 반면 동기 남자친구는 입학하면서부터 안 좋은 모습들만 봐서 눈밖에 난 생태로 별로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금요일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동기와 남자친구가 저녁때까지 같이 있었는데, 점호시간(9시, 전원 독서실 자기 자리에서 점호)에 보니 동기 혼자 와 있더군요.(자리배치 : 동기남자친구-동기-저)
그래서 왜냐고 물었습니다.
동기와 동기남자친구, 그리고 A군(03학번,편입생)이 같이 술을 마시다가 남자친구와 A군은 여관으로 가서 술을 더 마신다고 하기에 동기 혼자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A군은 학교 다닐 때 같은학번 여자편입생을 술 먹이고 강간하고 그걸 빌미로 여러차레 만나다가 사귀고 동거하는 상황까지 갔다가 다른 여자친구를 만들면서 그 여자편입생을 찼던 사람인데, 헤어지면서도 '내가 빚이 8000만원 있는데 이거 갚아주면 결혼할 수 있다' '우리 엄마가 궁합을 봤는데 너랑 결혼하면 내가 죽는다더라' 이런 말을 하고, A군의 친구라는 녀석은 그 여자편입생에게 '야, A군 따로 여자친구 있는 거 몰랐냐? 걔는 인간이 덜 되서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런데 나는 안 그럴 자신 있으니까 나랑 사귀자'라는 멘트를 할 정도로 A군은 4차원 인간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인간 쓰레기죠.
동기는 위와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같아서 이야기해주고, 조심하고 왠만하면 만나지 말고 만나더라도 서로 불편한 관계정도로 유지해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잘못을 한 것입니다.)동기가 자기 남자친구한테 제가 말해줬던 A군 이야기 해도 되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남자친구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니가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 나쁠 수 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몰랐다면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 A군과 남자친구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너의 남자친구,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야기 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자기 남자친구를 옹호 하더군요. 그래서 '니가 보는 면과 내가 보는 면은 다를 수 있다. 나는 내가 보아왔던 면에서 실망스러울 때가 있어서 그 사람(동기 남자친구)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니까 좋은 점이 많으니까 좀 알아달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이미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고시원도 올해가 지나면 나갈 예정이여서 앞으로 그 사람을 볼 일도 없다. 그래서 굳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고 친해질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라고 했더니 좋은 점을 계속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그 사람도 저를 싫어하고, 저도 그 사람을 싫어하는데 한 쪽은 남자친구고 한 쪽은 동기여서 임용고시 준비하면서 모두 도움이 됐던 사람들이여서 좀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동기가 그렇다고 본인들의 감정을 좌지우지될 건 아닌 것같고, 동기의 남자친구에 대한 공방의 끝이 안 보일 것같아서 적당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냥 서로의 생각을 아는 정도에서 선을 그으면서 말이죠.
(여기서도 제가 잘못한 듯합니다. 여자랑은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면 안되는데...)하여간, 동기랑 그 이야기 이후에 1학년때 이야기도 하고, 서로 살아왔던 이야기도 하면서 4시간 가량을 보냈고,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각자 방으로 가서 잤습니다.
문제가 생긴 건 그 다음 날.
저녁에 고시원 컴퓨터실(고시원 : 개인컴퓨터 반입금지, 24시간 컴퓨터실 운영)에서 즐겁게 무한도전을 보고 있는데 그 남자친구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소리를 치더군요.
"야 이 새끼야 따라나와"
한참 웃던 상황이고, 컴퓨터실에 저 말고도 과후배 2명이 있던터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쭉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그냥 나가면 꽤 추울 것같았지만, 따라갔습니다.
고시원 근처에 있는 노천극장까지 데리고 가더군요. 자기가 앞서 가면서 뭐가 불안한지 제가 따라오나 계속 확인하는 모습이 무척 초조해보였습니다.
노천극장에 딱 서더군요. 분위기 잡는가 싶어서 눈을 마주친 상태로 마주보며 섰습니다. 먼저 말을 하더군요.
"야, 난 너같이 한심한 인간은 처음본다. 맨날 여자랑 히히덕거리고 이제는 나랑 내 여자친구를 이간질하냐? 너 같은 인간은 주변에 아무도 사람이 없을꺼다. 너 뭐 느끼는 거 없냐?"
일단 욕지꺼리 들으며 나왔고, 자기 생각만 쭈루룩 뱉어 놓길래 짧게 대답했습니다.
"없는데요"
저를 보며 한숨을 쉬더니 또 한 마디 하더군요.
"나 지금까지 누구 싫어하면서 인생 살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너란 인간이 내가 인생 살면서 싫어하게 되는 첫번째 인간이 될꺼다. 나한테 미안하지 않냐?"
제가 미안할 게 없는 것같더군요.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없는데 뭐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다른 곳을 보며 한숨을 쉬더니 먼저 가버리더군요.
저는 '담배를 놔두고 왔네', '오늘 날씨 춥네' 이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했죠. 동기 나름대로는 어떤 생각이 있어서 제가 한 말을 전했나본데, 그것때문에 서로 더 불편하게 된 것같고, 앞으로 그냥 더 불편해지는 것보다 말 끊고, 관심 끊고 지내는 게 더 편할거라구요..
그래서 동기와 싸이 방명록에서 글을 좀 주고받았습니다.
저 : "너의 그 사람, 나를 한심하고 맨날 여자들이랑 히히덕거리고 너랑 이간질한다고 하더군. 뭐 그래. 그랬나보다. 앞으로 이야기 나눌 일은 없는 것같구나. 안녕."(일촌 끊음)
동기 : "남의 이야기 함부러 말하고 다니지 마.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주변에 내 이야기도 하지마. 그리고 서로 오해가 있는 것같아서 만나보라고 한 것 뿐이였어"
(여기서 그냥 그쳤어야 했는데,, 제가 세번째 잘못한 부분입니다.)
저 : "누굴 좋아하던 싫어하던 간에 그건 각자의 문제고, 1:1의 문제지. 징검다리는 필요없는거야. 서로를 이해할 계기를 가질 기회조차 없애버린 너에게 애써 고맙다는 말 전할께. 행복해라."
동기 : "이해하라고 만나보라고 호의를 베푼 것이 내 잘못이었구나. 너는 니 생각 속에 살고 누군가를 받아들일 줄 모른다는 걸 몰랐어."
저 : "마지막 글. "야 이 새끼야 따라나와"라고 시작되는 만남이라.. 이해하기 위함이었던건가? 몰랐네."
저 정도에서 끝나고 쌩까고 지냈습니다. 일단 제가 편하고 동기와 남자친구도 편할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늘 오전 세수하러 가는데 남자친구가 와서 말하더군요.
"야 이 개새끼야 너 나한테 사과 안하냐?"
그냥 세수했습니다. 옆에서 계속 말하더군요.
"너 나한테 그래놓고 미안하지도 않냐?"
세수 다하고, 얼굴 닦고, 주섬주섬 비누, 샴프 챙기면서...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일이 없는 것같은데요? 먼저 가볼게요"
길을 막고 있길래 살짝 피하면서 방으로 왔습니다. MP3 챙겨서 밖에 나가 담배나 한 대 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까지 찾아와서 말하더군요.
"너 뭘 잘했다고 그딴식으로 나오냐? 니가 할 말 있냐?"
담배를 챙기면서 라이타가 어디 있나 찾으면서...
"더 이상 대화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했더니 머리를 툭툭 치더군요. 그러면서...
"A군이 강간한 걸 왜 이야기하냐? 너 나하고 내 여자친구한테 안 미안하냐? 니가 그러고도 남자고 인간이냐?"
역시 더 이상 대화를 할 가치가 없는 것같았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부터 그랬지만 욕지꺼리 뱉으면서 대화나누자는 사람과는 별로 대화할 가치가 없는 것같구요. 그래서 라이터도 찾았겠다 싶어서 제 방에서 그 사람을 뒤로하고 먼저 나왔습니다.
"그럼 저는 나가볼게요."
그렇게 나와서 담배를 피는데...
제 자신을 위해서 이번 일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넘어가야겠더군요. 위의
세 부분은 분명 제가 잘못한 듯한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제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시간내서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2월 8일~11일 까지의 기록.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이라는게 어쩌면...
"내 자신을 더 솔직히 들어내지 않는 것"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고생 하신거 같네요... 훌훌 털어버리세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 잖아요 ^^;
털어버린다고 털었는데 아직 여운이 남아서 잊었다고 생각할 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네요.ㅎ
인간관계는 적당히.... 얕고 넓게.
이게 때로는 서운할때도 있는데, 가족 말고는,,, 그냥 적당히 얕고 넓게가 좋은 것 같아요.
맞아. 그리고 적당히 방관하는 자세도 필요한 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