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에서 아크원자로를 달고오다.

 Category :: 관심


19일~26일, 7박 8일간 미황사(http://www.mihwangsa.com/)에서 하는 "참사람의 향기"(http://www.mihwangsa.com/cham/cham01.html)라는 집중수행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가게 되고, 느끼게 된 것들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정리하고자 오랜만의 포스트, 이렇게 남겨본다.


계기
매주 놓치지 않고 보는 TV프로그램은 딱 2개다. 무한도전과 MBC스페셜. 그 중 2월 18일 MBC스페셜은 "마음에 근육을 만들다"라는 제목으로 "생각버리기연습"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코이케 류노스케와 여러 명상프로그램들이 소개 되었는데, 그 중 미황사의 참사람의 향기라는 프로그램이 소개됐었고, "오~! 이건 나를 위한 프로그램이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신청을 하게 됐고, 참여하게 되었다.
마음에 근육을 만들다.

MBC스페셜 "마음에 근육을 만들다" 제목소개에 나온 미황사의 모습


정성후CP님과의 트위터 내용

MBC스페셜 CP, 정성후PD님께 참여사실을 말했더니 응원해주셨다.



망설임
참여일 하루 전, 짐은 다 싸고 나니 갈까 말까가 다시금 망설여졌다. 짧지 않은 7박 8일, 게다가 이동거리만 6시간에 달하는 거리, 처음 겪는 사찰에서의 생활 등등.. 망설임의 끝을 달릴 때 나의 결정을 확고하게 했던 건 트위터에서 접했었던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종훈교수의 인생철학이었다.
갈까 말까 할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때는 사지마라.
말할까 말까 할때는 말하지마라.
줄까 말까 할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때는 먹지마라.
모든 상황에 대입하기엔 무리지만, 망설임을 두고 생각하기엔 꽤 공감이 갔던 말이었던터라 주저없이 결정을 내렸다.


8일의 일정

일정보기(클릭)

첫날은 기본 예절과 생활습관을 익히고 2일째는 마음청정, 3일째는 마음집중, 그리고 화두수행으로 이루어졌다. 3일째까지는 비가 오기도 하고 흐리기도 했지만, 전체 일정을 진행하는 것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2일째 오전에 이루어졌던 행선에서 경치감상을 못했던 게 아쉬웠지만, 일정이 진행되고 점심 자유수행시간에 산행을 하면서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었다.


7박의 일정
10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나는 일정의 첫 느낌은 가혹했다. 평소에 잠이 많아서 8시간은 자줘야 하는 몸인지라 6시간은 6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참 나"를 위한 공부가 시작되니 자는데 투자하는 6시간이 아까워져서 잠도 줄이게 되었다. 2일째는 혼자서 수행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3일째는 수행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더 생기니 괜히 방해받는 느낌에 혼자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충 하루에 4시간 정도 잠을 잤고, 마지막 날에는 2시간 정도 잤다.(좌선하며 조금씩 조는 시간도 있었으니.. 실제 수면 시간은 조금 더 길었다)


묵언
사람은 말, 글, 행동을 통해 다른 이와 소통을 하게 된다. 다른 이에게 소통을 하고자 하면 1.'이런 이런 뜻을 전해야지'하는 마음이 생기고, 2. 특정 형태로 표현하며, 3.상대의 반응을 관찰하여, 4.원하는 의도로 소통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과정들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상대를 향한 마음이 커져서 나를 향한 마음이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말을 줄이고, 생활의 필요질문 외의 글(필담)을 줄이게 하여 나를 향한 마음을 더 크게 하는 방법이 묵언이었다. 처음엔 그냥 불편함이었으나 점차 각자가 "나를 향해 온전히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좋은 방법이었다. 8일간의 생활에 있어 나를 향한 수행에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었던 거 같다.


꺼리
있는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다. 하나하나 꺼리들 마다 생각의 갈래를 치고 나가는 것들이라 다 글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고 훗날을 위한 꺼리로 남기기 위해 핵심 내용만을 나열하면 이렇다.

내용보기(클릭)



아쉬움...
 8일간 나는 나를 향한 노력에 나태한 것은 아니었으나 스스로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아니 애초에 단추를 잘못 꿴 부분도 있고, 일정 중 나를 향함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 못하기도 했다.
 우선 저녁을 먹지 않는다는 것에 비상식량으로 소시지를 챙긴 게 잘못이었다. 나만을 위할 순 없다는 생각에 넉넉~하게 챙기게 됐고, 수행의 막바지에 다른 수행자들에게 선물삼아 하나식 챙겨줬다. 상대가 고마워하든 안하든 주는 것으로, 챙겨 온 것을 베품으로 나는 즐거웠는데, 이 것으로 인해 신경 쓸 꺼리가 생기도 했고, 다른 이를 향한 마음도 많이 커졌던 거 같다.
 다른 이들을 향한 관심이 애초에 컸었다. "저 분은 어인 일로 오셨을까?" "저 분은 왜 저럴까?"하는 물음들을 많이 가졌다. 자기전 애처러워(?) 보이는 분에게 소시지를 건네기도 했고, 다른 분에겐 그 분이 챙기지 못한 책을 건네기도 했고,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는 사탕을 건네기도 하고, 잠바와 목도리를 챙겨오지 못해서 추위에 떠는 분에겐 내 잠바와 목도리를 건네기도 했다. 애초에 도움이 필요할 법한 일을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 불쑥 다른 상황이 오면 똑같이 행동할테지만, 나를 향한 노력에 미진했음은 분명한 일이다. 지난 날에 대한 후회는 아니다. 다만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건 내 성격에 안 맞는 일임을 깨달았을 뿐...


소감
처음 이틀간 저녁에 이상한 소리가 수행관에 자주 들렸다. 2일째는 거의 좌선시간 내내 들려서 집중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짜증이 많이 나기도 했고, 귀마개가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일째 아침, 금강스님과의 차담시간에 그 소리가 개구리 소리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어린 기억속에 있던 그 개구리였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 소리가 참 우렁차고 밝게 들려왔다. 그리곤 충격을 받았다. 불과 12시간 전까지만 해도 짜증을 나게 했던 "나쁜 이미지"의 소리가 지금은 "좋은 이미지"의 소리가 되어 들려오니,, 내 사고의 급변함이 무서웠고, 내가 참 간사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급변하는 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마음에 천천히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감정들, 사고들에 대해 진득하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개구리소리는 나 자신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져감을 느끼게 되어서 참 고마운 소리로 기억에 남았다.
꾸러미에 선물을 가득 담고 다니는 산타클로스, 꾸러미에는 다른 이들을 위한 선물을 가득 담아서 여기 저기를 다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은 있을까?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난 산타클로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내 자신을 돌아보니 세상에 대한 관심, 타인에 대한 고민들은 기꺼이 담고 다니지만,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생각은 부족했고, 노력마저도 하지 않았었음을 느껴서였다. 그래서 내 자신을 위한 생각, 나 자신만을 위한 생각들을 더 담고, 나를 향한 관심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일정을 보내면서 나를 찾고 나 자신에 대한 고민들을 키웠다. 이제서야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라서 아직은 소감이라 붙일만한 게 없다. 머나먼 여정을 막 시작했기에 여행소감을 말하기엔 무리인 셈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꾸준히 나를 위한 고민들을 더 해 나갈 것이라는 것, 그리고 미황사에서 보낸 7박 8일의 일정이 던져준 많은 생각꺼리들이 마음에 남아서 아이언맨의 아크원자로처럼 무한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남은 잡담들..
7박 8일간 단순히 말을 안하니 청각장애체험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상대는 전혀 알아보지도 못할텐데 불쑥 수화가 나오기도 했고, 짧은 필담이 필요할 때면 손이 볼펜과 메모지를 찾는 게 아니라 수화 단어를 펼치기도 했다. 수화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까먹은 것도 무지 많은데 말이다...;;; 수화공부도 짬짬이 시작해야겠다.

미황사에서 작은금샘으로 가는 길에서 작은금샘을 350m남긴 지점에서 등산로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길(?)로 갔던 이름없는 봉우리(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한..ㅎ)에서 찍은 영상인데, 가볍게(?) 올라가고 경치 구경하고 내려오기엔 정말 더 없이 좋았다. 여기를 세 번이나 갔었는데 매번 즐겁게 구경하고, 바람쐬고 내려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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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9 18:07 2011/03/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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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희나람 2011/03/30 19:54

    좋은 경험하셨네요!!
    나중에 꺼리의 내용들을 하나하나 풀어서 윤규식님 방식대로 풀어서 글을 써주시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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